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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방린님송   작성일 : 24-12-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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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끌고 이탈리아 피사에 도착했다. 30℃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관광객들은 곤죽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사원이나 피사의 탑 같은 곳들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유적지 입장을 위해 서로 딱 붙어 줄을 서고 있었다. 전 세계의 언어로 짜증이 들려온다.
    자전거 페달을 밟고 온 우리는 그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고, 더 더웠다. 하지만 그들은 줄에 갇혀 있었고, 우리는 풀려 있었다. 자유. 만약 누군가 이런 뜨거운 날씨에 뭐 하러 자전거를 끌고 힘들게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느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이 이유로 여행한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최고 무직자빠른대출 기온 37℃… 콜라와 물로 버텨냈다
    과거 자전거 여행을 통해 친해진 친구 둘과 함께 짐을 꾸리고 비행기에 올라 13시간 만에 이탈리아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로마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약 1,700km를 21일 동안 자전거로 여행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공항에서 로마의 옛 문명이 몰려 있는 중심가 테르미니 역까지 무직자대출가능 는 공항버스를 탔다.



    지중해 자전거 여행 개념도


    다음날 숙소에서 자전거를 조립하고 아침 일찍 피사로 향했다. 직접 겪어 보니 유럽의 숙박비는 코로나 이전과는 딴판으로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이를테면 로마에서 싼 별내선암사 여관급 시설의 숙박비는 100유로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하면 약 15만 원이다. 좀 괜찮다 싶으면 150~200유로 이상으로 여행자들은 경비의 대부분을 숙박비로 날려야 한다.
    자전거 조립과 짐 정리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지중해 해안 근처 도시들을 따라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로마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중간 목표지인 피사를 향해 달렸다. 아파트주택담보대출금리 지중해 여름 날씨는 예상했던 것과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것도 있었다.
    우선 기온이 높을 거라는 예상은 정확했다. 한낮 최고 기온이 거의 매일 37℃를 넘었다. 다만 습도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바다가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대기는 건조해서 그늘만 들어가면 큰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선선했다. 하지만 얼마나 땀이 나는지 물과 소상공인 콜라를 번갈아 마셔야 갈증이 해결됐다.



    로마에서 출발하던 첫날.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교훈을 얻었다. 종이 지도 대신 구글 지도로 길을 찾으니 비포장인 농로나 산길로 우회시키는 등 고충이 많았다. 교통이 한가로운 공도를 아예 배제하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일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고 도보, 자전거, 자동차 등에 따른 경로를 모두 검색한 뒤 합리적인 노선을 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유럽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야영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일단 마음만 먹으면 대도시 주변 공원이나 한적한 주차장, 또는 공공건물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다. 물론 사전에 관리인이나 경찰, 아니면 주민의 동의를 형식적으로라도 꼭 받아야 한다.
    이탈리아는 적어도 수백 년 이상 된 역사적 유물을 품지 않은 마을이 없다. 특히 최근에 현대식으로 지은 건물들도 색깔이나 디자인 등이 오래된 건물과 잘 조화가 되도록 설계한다. 그렇다 보니 큰 도시나 작은 도시나 건물들의 높이가 높지 않다. 잔잔한 구름이 마을 위로 한가롭고 지중해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옷깃을 매만지는 오후, 어느 작은 도시에 도착한 우리는 그 유래는 알 수 없으나 균형 잡힌 축성술로 마을을 둘러싼 성곽을 감상했다.



    제노바의 골목 거리.


    자전거 여행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도 청춘이라는 선물을 안긴다. 청춘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내재된 상황에 들어가는 걸 머뭇거리지 않는다. 옛 성터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휴식을 취하자니 마치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길은 들판을 가로지르거나 낮은 숲을 통과했다. 이탈리아 지중해 지역의 농촌이나 경작지 풍경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나 지중해 연안의 분지나 평원을 지나다 보면 오래된 수로들을 만나기도 했다. 황량한 들판에 마치 위대한 고대 건축물처럼 보이는 수로는 역광으로 저녁 빛을 받아 음유시인이 노래를 부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간혹 비포장 길을 만나기도 했는데 나름대로 괜찮았다. 만약 일반 여행자라면 아마 이런 시골길을 경험하고 싶어도 못 할 것이다. 자전거 여행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지중해 주변으로는 예측과 달리 숲 대부분이 소나무로 빼곡했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소나무가 마치 우리네 정원의 향나무를 가위질한 것처럼 보였다. 크면서 잎을 매단 가지 끝이 자연스럽게 둥근 모양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피사의 사탑.


    현지 자전거 동호인에게 초대받다
    피사를 출발해 제노바로 향했는데 예상대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지루하게 반복됐다. 동시에 이탈리아 지중해와 정식으로 만난 날이기도 했다.
    "Wow! You're nice and strong!"
    해안도로가 끊어지고 오른쪽으로 알프스가 보이는 우회도로 오르막을 가는 중인데 누군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마침 휴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경주하듯 오르고 있었다. 우리를 향해 소리 지른 그는 공직에서 퇴임한 후 알프스가 보이는 언덕에 별장을 사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틈틈이 자전거를 즐긴다는 그는 자전거에 그렇게 많은 짐을 싣고 언덕을 수월하게 올라가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굳이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덕분에 식사와 차를 대접받았는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도 퇴임 후 시골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여행 중엔 해변길이 없어 높은 산을 우회해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고개를 오르다 보면 물론 덥기도 하거니와 고온에 의한 탈수로 어떤 때는 풍경이고 뭐고 오로지 물과 콜라 생각만 들 때도 있었다. 멀리 오른쪽으로 높은 산군이 아련하게 보이는데 그게 알프스의 끝자락이란 것을 알았다.



    프랑스로 가는 지중해 해안도로.


    바라제Baraje마을로 가는 길은 간만에 해변을 끼고 달리는 길이었다. 지중해의 아름답고 선명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달렸다. 지중해 해변을 따라가다가 지나는 터널은 옛 철길을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지중해 드라이브를 즐기려는 여행자들을 위해 다듬고 꾸민 도로라고 한다. 가까이서 바람에 떠밀려오는 바닷물 냄새와 함께 피서객들이 해변을 빼곡히 채운 모습은 과연 지중해가 유럽의 휴양지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해변 모래사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가면 나만 수영복을 입지 않고 땀에 찌든 여행객 복장이라 조금 뻘쭘했다. 하지만 외국인 자전거 여행자가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든 아니면 주변을 어슬렁거리든 그들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라는 건 오로지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지중해 바닷물은 염도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했으며, 어디를 가도 바닷물 색깔이 아름답고 투명했다.
    바위 절벽을 뚫고 나아가다
    제노바는 옛 지중해 항구도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고색을 잘 보존한 성당과 건물들은 과거 제노바의 흥망성쇠를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국경 가까이 있는 벤티미글리아Ventimiglia마을로 가는 길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답고 지중해와 잘 어울리는 길이었다. 바위 절벽에 터널을 뚫어 차도와 자전거 및 보도를 동시에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지중해 해변을 따라 옛 철길이 지나던 길을 자전거 도로로 만들었다.


    피사에서 프랑스 국경까지 거의 이런 길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트레킹을 하는 이들에게도 큰 인기였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망망한 지중해는 처음 출발 당시 바다만 보며 가는 게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깨뜨렸다. 오른쪽의 육지와 붙은 해안선 그리고 푸른빛 바닷물이 빚어내는 풍경은 지중해만의 독특한 자연경관이었다.
    산레모San Lemo로 가는 길은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며 부르는 낭만적인 음악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뜨거운 태양에 가열된 바닷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주니 비록 기온은 38℃를 넘어도 그런대로 고통과 즐거움이 서로 상쇄돼 즐길 만했다. 여행이 좀 힘들고 뜨거워도 나는 축복받은 여행자며 나그네였다.
    멀리서 봐도 바닥에 돌이 보일 정도로 깨끗한 바다는 주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낭만적으로 어울렸다. 바로 바다 속으로 자전거 핸들을 돌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바다가 옆에 있어도 습도가 낮은 게 신기했다.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차에서 내려 걸어가다가 나를 보면 손을 들어 같이 해변으로 가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뙤약볕에서 자전거에 짐을 매달고 달리는 동양인 여행자가 안 돼 보였던 걸까?



    지중해 해변의 풍경. 어느 해변이든 피서객들로 붐볐다.


    한 굽이를 돌면 반드시 큰 마을이 나타났다. 방파제로 막혀 있는 곳에는 요트들이 빼곡했다. 절벽을 따라 절개한 도로 가장자리로는 가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마치 벌집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그 자체로 하나의 절묘한 그림이었다. 프랑스가 가까워지면서 사람들 패션도 마을 색도 조금씩 변하는 느낌이었다. 뭐랄까, 짙고 깊은 원색에서 순하고 얕은 톤의 색으로 바뀌었다. 여행 내내 단 한 번도 비를 만나지 못한 게 유감이었지만 대신 맑고 투명한 바다와 어울린 하늘을 보며 달릴 수 있는 건 큰 행운이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 마을 벤티미글리아에 도착해 유명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선장 조니 뎁을 연상케 하는 기념물을 봤다. 왜 이런 조형물이 서 있는지 안내판을 봤으나 깜깜했다. 이탈리아는 안내판에 영어로 쓴 문장이 극히 드물어 이탈리아어를 모른다면 표지판이든 안내판이든 포기해야 한다. 가파른 구릉을 따라 조밀하게 박힌 집들은 물론이고 색깔 또한 인상적이었다.
    폰테 산 루도비코Ponte San Ludovico를 넘어서자 바로 프랑스였다. 인사도 '차오'에서 '봉주르'로 바꾸었다. 제법 높은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꼭대기에서 바라본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다른 느낌이 나는 건 무슨 까닭일까. 멀리 앞에 보이는 프랑스 망통Menton 해변 도시가 화려한 색으로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랑스도 이탈리아 못지않게 영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표지판이나 안내판에 적힌 내용을 알 수 없다.



    프랑스 진입. 국경 마을인 망통.


    밀밭과 콩밭, 포도밭 사이로
    오전에 이탈리아를 벗어나 프랑스에 도착했다. 지중해의 바닷물은 경계 없이 자유롭게 섞인다. 유럽은 대부분 국경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이념과 민족주의가 첨예하게 맞서는 아시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로마에서 출발해 프랑스로 넘어오는 데는 거의 열흘이 걸렸다. 길과 날씨를 정확히 알았더라면 좀 더 철저히 준비했을 것이다.
    지중해를 따라서 형성된 낮은 구릉과 평원은 농사를 짓기에 안성맞춤이다.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기본 식량인 밀이 가장 많고 콩이나 채소류도 많이 생산된다. 스페인 쪽에서는 올리브 농장이 많지만 밑으로 내려올수록 포도를 재배하는 곳이 많아진다. 그렇다 보니 농장을 중심으로 촌락이 형성되어 있고, 상인들이 이런 촌락을 찾아다니면서 우리네 오일장처럼 마을 공터에 난전이 서기도 한다. 대부분 대형 상점을 이용하지만 이런 난전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어떤 지방을 여행하면서 그 지역의 지붕 구조를 보면 대충 연중 날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지중해 지역의 가옥은 지붕 경사가 얕고 벽은 흙과 돌로 만들었다. 대부분 수명이 짧게는 100여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이 넘는 집들이 수두룩하다.



    벤티미글리아의 해적상.


    망통마을을 지나 모나코로 가는 길은 마치 잘 정돈한 정원처럼 인위적인 것 같으면서도 자연스러웠다. 밝고 부드러운 노란색과 엷은 주황색으로 채색된 집, 단정하게 정리한 처마와 함께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첨탑을 끌어올린 성당. 보자마자 '여긴 정말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모나코가 지중해 해안, 그것도 프랑스에 안긴 작은 나라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무지하면 앎의 기쁨은 더 배가되는 법. 모나코에 접근하면서 흥분과 기대감은 풍선처럼 부풀었다. 모나코는 과연 어떤 나라이고 어떤 모습일까. 이런 내 열망을 사전 점검이라도 하는 듯 진입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길고 제법 높은 고개를 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